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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

겁劫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백천만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렵네)

 백천만겁이라는 무한에 가까운 세월 동안 내가 산다고 해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읽고 들을 수 있는 인연을 만나기가 그토록 어렵다는 뜻입니다.


겁劫


겁이라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찰나가 순간이라면 겁劫은 찰나에 상대되는 ‘겁나게’ 오랜 시간을 의미합니다. 겁이라는 시간 단위는 고대 인도의 시간 개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하면 땅 덩어리는 크고 인구도 엄청나지만, 무지하게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 년 전부터 IT산업(반도체, 인터넷, 이동통신 등 전자 정보통신 기술산업)의 세계적 전문가 중 다수가 인도 출신으로 알려지며, 그들의 새로운 면을 본받게 되었습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12~ 20단을 외우는 열풍도, 인도 공과 대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겁()과 연관되는 인도의 숫자 개념에 기인한 것입니다.


인도에서 제2의 부처라 불린 용수(龍樹:150250? 인도의 불교학자로 대승불교의 사상적 근간을 이룸)라는 분의 저서 중, <천수경>과 더불어 가장 대중화된 경전인 <반야심경>의 원전(原典) <대품반야경>을 해설한 <대지도론(大智度論)>이란 주석서에 등장하는 겁()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사방이 1유순(由旬: 15) 되는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운 후, 100년에 1알씩 집어내어 그 겨자씨가 다 없어지는 시간보다도 더 긴 시간. 반석겁(盤石劫)의 비유에 의하면 1모서리 길이가 1유순 되는 단단한 바위를 부드러운 면포(綿布) 100년에 한 차례씩 닦아 바위가 완전히 닳아 없어지면 1겁」


이 정도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시간 단위인데, 대개 1겁을 43 2000만 년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천수경>에서는 여기에다 ‘백천만겁’ 이라 했으니, 아예 계산은 포기하고 그냥 ‘영원히’라고 넘어가 버리는 게 편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영원히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귀한 법()을 나는 드디어 <천수경>에서 만났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