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受持 (내가 이제 보고 들어 지니며 받드니) |
그토록 만나기 어려운 인연을 내가 바로 지금 듣고 배우게 되었다는 기쁨을 표현한 것입니다. |
수지受持
수지라는 말도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좀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경전을 읽고 그 뜻을 새기는 것을 간경(看經)이라 하고, 보통 읽는 것은 독경(讀經) 혹은 독송(讀誦)이라고 합니다. 이중에 간경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독경이나 독송에 비해 간경은 경전의 내용을 잘 파악하며 소화해 내며 읽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선, 염불과 더불어 간경이 유력한 수행법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연유입니다.
그런데 이 ‘수지’(受持) 라는 말은 간경보다 몇 걸음 앞선 용어입니다.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실천하는 것을 수지라고 합니다. 신(身)·구(口)·의(意). 즉 몸과 말과 생각까지 ‘나’라는 존재의 모두가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하는 것이 바로 수지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들먹일 말이 아닙니다.
요즘은 친구 따라 처음 절에 온 사람에게도 보살계(菩薩戒)를 받게 해주며 ‘수지하겠느냐?’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능히 지키겠다는 다짐의 말로 ‘능지’(能持 )라고 해야 합니다. 드물긴 하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능지가 아니라 ‘억지’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불교를 믿는 것과 불법을 수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불교는 ‘믿는’ 종교가 아니라 ‘수지’하는 종교가 되어야 합니다.
왜 수지 하는 종교가 되야 하는지 바로 연결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 (원컨대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소서) |
그 어려운 부처님의 법을 만나 이제 원하오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입니다 |
개경게(開經偈) 중 바로 이 대목 즉, ‘원컨대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소서’에서 불교는 단순히 믿기만 해서 되는 종교가 아니라, 이해는 물론 실천도 함께 해야 하는 종교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2005년 ‘21세기 붓다의 메시지’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재만현이란 스님인데, 이 분이 불교TV에서 공개 법문을 하고 난 후, 법문의 내용에 대해 설왕설래의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그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묻는 불자들이 있어, 답변해주기 위해 그 책을 관심을 갖고 몇 번 읽었습니다.
자재만현 스님은 이 책에서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성불했다고 인정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 주장이 만약 우리나라의 모든 스님들과 신도들이 인정할 정도의 사실이라면 우리는 생불을 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천수경>에는 ‘백천만겁난조우’라고 부처님 법 만나기가 백천만겁을 살아도 어렵다고 했는데, 생불의 가르침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어지간한 복덕을 쌓은 중생들은 몇 번을 죽었다 깨어나는 정도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분명한 것입니다.
자칭 생불의 가르침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현재의 인간은 업장이 두터워 어떠한 수행력으로도 경지에 이르기란 불가능하니 업장을 소멸하고 이끌어줄 가피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피를 입는 방법은 조상에 대한 천도재를 반드시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대개의 경우 한 두 번이 아닌 대여섯 번 지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절에서 지내는 천도재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말도 강조합니다.
천도재 한 번 지내는 데는 500만 원으로 정확히 지정이 되어 있는데,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깎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책 제목이나 자신의 법명도 부처님이 내려주셨고, 자신의 모든 일은 부처님의 ‘하명’(下命)을 받들어 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주장을 인정했다간 불교는 기독교와 같은 계시(啓示)의 부처님을 믿는 불교가 되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이고 그 책을 몇 번 읽고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제가 직접 자재만현 스님이 천도재로 중생을 구제하신다는 절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았습니다.
제 신분을 다른 절에 다니는 불자라고 하며, 천도재에 관심이 있어 자세히 여쭤 본다고 그곳 주지스님과 통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다음은 제가 통화한 내용을 당시에 바로 제 홈페이지에 기록해 두었던 내용입니다.
[현지사 주지와의 통화내용]
(문은 저이고 답은 그곳 주지이고, 큰 스님은 생불을 인가받았다는 자재만현 스님입니다)
문: 천도재 비용 500이하는 안 되나?
답: 절대 곤란하다. 큰 스님이 정한 돈이다.
문: 그래도 부담된다.
답: 그건 재 비용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직접
받아주시는 돈이라 생각해야 한다. 보시의 공덕이라고 생각해라.
문: 천도재에 걸리는 시간은?
답: 약 3시간.
<주지의 천도재에 대한 간곡한 설명>
다른 절에서는 천도재를 지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다른 절의 천도재는 영가에게 밥을 적당히 주다 마는 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한다.
큰 스님의 천도는 영가를 ‘수배’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보통 재를 지내는 이들은 30~40명의 죽은 조상을 적어낸다. 하지만 큰 스님은 그 집안의
일가친척 역대 조상을 거의 700~800명까지 일일이 찾아서 쫓아다니며 잡아온다. 이건 아무나 못하는데 죽은 영가는 신통력이 있어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고 허공도 물속도 무척 빠르게 도망 다닌다. 이런 영가들을 수백 명 잡아 오는 것은 큰 스님 아니면 못한다. 때론
큰 스님이 천여 년 전 조선시대에 죽은 조상이 독약을 먹고 죽었는지도 알아내고, 더욱이 그 영가와 얘기하면서
눈물도 흘리신다. 그러나 재를 지내는 신도는 알 수 없다. 오직
큰 스님 만 안다.
재를 지낸 후 부처님께 불공이 있는데, 이 불공의식 때 10~20분 간 불공 지내는 사람의 업장이 소멸되는 시간이 있다. 물론 본인은 못 느끼지만 업장을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처이신 큰 스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결론은 천도재에 의해 업장이 소멸됐는지, 소멸이 안 됐는지는 자재만현 스님만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당사자들은 확인할 수 없어도 무조건 믿고, 의문을
제기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천도재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다시 계속된 주지와의 대화>
문: 돈이 부족해 그러는데
천도재를 기다리려면 얼마나 걸리나?
답: 2년 이상이며, 아마 3년 분까지 예약되어 있는 것 같다.
문: 하루 몇 번의 천도재를 지내나?
답: 부처님이 지정해 주신 횟수가 하루 2번이다.[이런 것도 부처님이 지정해 주신답니다]
문: 그러면 예약 방법은?
답: 얼마간의 액수로 예약을 해야 순서에 넣어줄 수 있다.
문: 천도재 마다 큰 스님이 참석하신다면, 연로하신데
중생들을 위해 건강을 생각하셔야 하지 않은가?
답: (흐뭇해 하며) 글쎄, 걱정이긴 한데, 우리 현지사의 대중들은 다 부처님의 직접 말씀에
따르고 있다.
문: 그럼 다른 스님들도 부처님의 하명을 직접 받는다는 말이냐?
답: 뭐, 그렇다.[앞서 말씀 드린대로 이들의 부처님은 계시(啓示)의 신(神)이 되어 버립니다]
문: 책에서 감명을 받았는데, 일반적으로 죽은
이를 영가라 하는데 책에는 유독 영체라 했다. 영가와 다르다는 영체란 무엇이냐?
답: 영가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제1영체, 제2영체, 제3영체, 제4영체
자, 이것을 부처님의 정법(正法)이라고 인정해 줄 수 있을까요?
자재만현이란 스님이 이렇게 불교를 왜곡시키고, 더욱이 부처님을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계시하는 존재로 호도하고 있으니, <천수경>의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 라는, ‘내가 부처님의 진실한 가르침을 이해하게 하여 주소서’라는 원(願)은 결코 미래의 남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나의 문제인 것입니다.